- 작물 염색체와 게놈
- 작물의 염색체와 유전자는 다음과 같다.
- 염색체와 게놈
1. 염색체와 염색체돌연변이
ㄱ. 염색체
생물체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는 세포이고, 모든 세포에는 염색체가 들어 있다. 염색체는 DNA와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DNA는 유전자를 이루는 유전물질이다. ‘chromosome(염색체)’은 색채를 뜻하는 ‘chroma’와 몸을 뜻하는 ‘soma’의 합성어로, 염색체가 특정 염색액에 잘 염색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염색체를 염색하면 진하게 염색되는 이질염색질과 밝게 염색되는 진정염색질이 나타나는데, 이질염색질의 DNA는 대부분 유전자로 작용하지 않는다. 이질염색질은 동원체(세포의 유사 분열 때에 방추사가 달라붙는, 염색체의 잘록한 부분)를 포함하고, 염색체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동원체는 염색체의 협착 부위로, 여기에 방추사(세포가 유사 분열할 때, 세포의 양극과 염색체 또는 염색체와 염색체를 잇는 실 모양의 미세 소관으로 이루어진 구조물)가 부착하여 염색체를 이동시킨다.
작물은 종류에 따라 체세포에 들어 있는 염색체수가 일정하다. 예컨대, 보리 14개, 완두 14개, 무 18개, 벼 24개의 염색체를 가지며, 같은 염색체가 두 세트(2n)씩 있는데, 이것을 ‘상동염색체’라고 한다. 상동염색체의 한 세트는 자방친(ex. 벼의 배낭, n=12)으로부터, 다른 한 세트는 화분친(ex. 벼의 화분, n=12)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상동염색체의 두 염색체는 크기, 모양, 동원체의 위치 등이 같고, 각 형질에 대한 유전자좌(유전자가 위치하고 있는 자리)가 일치한다. 상동염색체는 감수분열(염색체의 수가 반으로 줄어드는 세포 분열. 생식 세포, 즉 난자나 정자가 형성될 때 일어나며, 감수 제일 분열과 감수 제이 분열의 과정을 거친다) 때 짝을 짓는다.
작물 중에 암그루와 수그루가 따로 있는 자웅이주(암수딴그루) 식물은 성을 결정하는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삼나무, 뽕나무의 암그루는 성염색체가 XX이고 수그루는 XY이다. 성염색체는 한쪽 성의 발생을 유도하는 반면에 다른 쪽 성의 발생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있어 성을 결정한다. 성염색체 이외의 염색체를 ‘상염색체’라고 한다.
ㄴ. 염색체돌연변이
염색체는 방사선이나 화학물질 등에 의하여 염색체의 구조와 수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를 ‘염색체이상’이라고 한다. 염색체이상은 심하면 개체가 죽게 되지만 일반적으로 유전자 배열 또는 유전 물질량에 변화를 가져온다. 작물육종에서는 유전변이를 작성하는(일으키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염색체의 구조적 변화로 인한 염색체이상을 ‘염색체돌연변이’라고 하며, 이에는 결실, 중복, 역위, 전좌 등이 있다. 염색체돌연변이가 일어난 개체에는 감수분열시에 구조적 이상이 생긴 염색체와 정상 염색체가 대합할 때 고리를 형성하게 되며, 유전적으로는 치사작용, 위우성, 위치효과 또는 교차의 억제 현상이 나타난다.
‘결실’은 염색체의 중간 또는 끝의 일부분이 절단되어 없어지는 것이며, 결실이형접합체는 결실 부위에 해당하는 정상 염색체의 열성유전자가 발현되어 ‘위우성’현상이 나타난다. ‘중복’은 같은 염색체에 동일한 염색체 단편이 2개 이상 있게 되는 것으로, 염색체의 위치가 변동하여 표현형이 달라지는데, 이를 ‘위치효과’라고 한다.
‘역위’는 염색체 단편이 180도 회전하여 다시 그 염색체에 결합함으로써 유전자의 배열이 달라지는 것인데, 역위가 일어난 부위에는 교차의 억제 현상이 나타난다. ‘전좌’는 염색체 단편이 같은 염색체의 다른 위치 또는 다른 염색체로 이동하여 결합하는 것이며, 식물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달맞이꽃은 14개의 염색체 중 12개가 상호전좌에 관련되어 있다.
2. 게놈과 게놈돌연변이
ㄱ. 게놈
보리의 체세포 염색체수는 14개(2n=14)이고, 생식세포(배우자)에는 그 절반인 7개(n=7)가 있다. 보리가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한 염색체수는 배우자에 있는 7개이며, 이 염색체 세트를 ‘게놈’이라고 한다. 게놈에 포함되는 염색체수를 ‘기본수’라 하고, x로 표시한다. 2배체인 보리(2n=14)의 염색체 기본수는 x=7이다.
‘genome(유전체)’은 ‘gene(유전자)’과 ‘chromosome(염색체)’이 합쳐진 것으로,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염색체 세트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게놈은 다른 종의 염색체들은 감수분열 때 짝을 이루지 못하는데,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게놈분석’을 한다. 게놈분석에 의하여 근연식물들의 게놈이 같은지를 가려내고, 또한 게놈의 분화, 종의 분화 과정 등을 추정할 수 있다.
ㄴ. 게놈돌연변이
게놈의 수적 변화에 의한 염색체이상을 ‘게놈돌연변이’라고 하며, 이에는 게놈 수가 정배수로 증가하는 ‘정배수체’와 게놈 내의 염색체 한두 개가 없어지거나 증가하는 ‘이수체’가 있다.
정배수체에는 ‘동질배수체’와 ‘이질배수체’가 있다. 작물의 거의 절반은 정배수체이며, 정배수체의 대부분은 이질배수체이고 동질배수체는 10% 미만이다. 이수체는 흔하지 않은데 주로 1염색체생물(monosomic, 2n-1)과 3염색체생물(trisomic, 2n+1)로 나타난다.
동질배수체는 증가한 게놈 수에 따라 2배체(2x), 3배체(3x), 4배체(4x) 등으로 불리며, 3배체와 4배체가 많이 발견된다. 바나나는 3배체(x=11)이고, 감자는 4배체(x=12)이다. 배수체가 생기는 원인은 체세포분열 때 복제된 자매염색분체가 분리되지 않거나, 감수분열이 안 된 배우자(성숙한 반수체 생식 세포. 다른 세포와 접합하여 새로운 개체를 형성하는 세포로, 정자 또는 난자를 이른다)끼리 수정되기 때문이다.
동질배수체는 유전물질이 증가한 것이므로 2배체에 비하여 세포와 기관이 커지고 생리적으로 강하며, 함유 성분이 변화하고 생육이 지연되는 특징을 나타낸다. 그런데 동질배수체는 감수분열 시 다가염색체를 형성하고 상동염색체가 균등하게 분리되지 못하여 임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영양번식 수단이 발달하여 있다.
게놈이 1개뿐인 ‘반수체’는 식물체가 연약하고 완전 불임인데, 콜히친(colchicine, 콜키쿰의 씨에 많이 들어 있는 누런색 알칼로이드. 관절염의 치료 약, 식물의 생장 호르몬 따위로 쓴다)을 처리하여 인위적으로 염색체를 배가시키면 곧바로 동형접합체가 되므로 유전, 육종에서 이용 가치가 높다.
이질배수체는 같은 게놈을 복수로 가지고 있어서 ‘복 2배체’라고 한다. 담배(TTSS, 2n=48)는 이질 4배체이고, 빵 밀(AABBDD 2n=42)은 이질 6배체이다. 이질배수체는 두 종의 중간형질을 나타내고 적응력이 크며, 감수분열 시 염색체 대합(세포가 감수 분열할 때 서로 같은 염색체끼리 접합하는 현상)이 이루어지므로 임성(식물이 수정 과정을 통하여 싹틀 수 있는 씨를 이루는 일)이 높다. ‘트리티케일(triticale, AABBDDRR)’은 밀(AABBDD)과 호밀(RR)을 인공교배하여 육성한 이질배수체이다.
이수체가 생기는 것은 염색체의 ‘불분리현상’ 때문이다. 2배체식물이 감수분열을 할 때 1개의 상동염색체 쌍이 분리되지 않고 한쪽 극으로 이동하면 n+1인 배우자와 n-1인 배우자가 형성된다. 이 배우자들이 정상인 배우자(n)와 수정되면 그 접합자는 2n+1 또는 2n-1 이 되어 이수체가 나타난다. 이러한 이수체는 감수분열을 할 때 염색체의 중복과 결실이 생겨서 식물체가 생존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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