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종자의 발아

- 종자의 발아

발아, 출아, 맹아의 뜻과 발아의 내 · 외적 조건, 발아의 과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 종자의 발아는 다음과 같다.

 

- 발아 · 출아 및 맹아

종자에서 유아(종자의 배의 일부분으로 발아하여 줄기나 잎이 되는 부분) · 유근(종자식물의 배에 만들어진 뿌리. 싹이 튼 후 자라서 뿌리가 된다)이 출현하는 것을 ‘발아’라고 한다. 토양에 파종했을 때 발아한 새싹이 지상으로 출현하는 것을 ‘출아’라고 하는데, 넓은 의미에서 발아는 출아까지 포함한다. 뽕나무 · 아카시아 등과 같은 목본식물(줄기나 뿌리가 비대해져서 질이 단단한 식물. 교목, 관목, 상록수, 낙엽수, 침엽수, 활엽수 등으로 분류한다) 지상부의 눈에서 새싹이 움트거나, 저장 중인 감자의 덩이줄기에서 싹이 나는 것 같은 지하부의 새싹이 지상부로 자라나는 현상 또는 새싹 자체를 ‘맹아’라고 한다.

 

- 발아의 내적 조건

발아의 내적 조건으로는 유전성의 차이, 종자의 성숙도, 종자의 휴면 여부 등이 발아에 영향을 미친다.

 

- 발아의 외적 조건

1. 수분

수분은 저장양분의 분해를 위한 효소의 활성화와 양분의 전이 또는 저장양분의 이용을 위해 매우 필요하다. 발아에 필요한 종자의 수분 흡수량은 작물의 종류와 품종, 파종상의 온도와 수분 상태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대체로 종자 무게에 대하여 벼와 옥수수는 30% 정도이고 콩은 50% 정도로서, 전분종자보다 단백 종자가 발아에 필요한 최소 수분함량이 많다.

 

수분흡수가 종자의 발아에 미치는 역할은 다음과 같다.

1) 종피(식물의 씨를 싸고 있는 껍질)가 수분을 흡수하여 연하게 되고, 또 배 · 배유 · 떡잎 등이 수분을 흡수하여 팽창하므로 종피가 찢어지기 쉽다.

2) 수분을 흡수한 종피는 가스교환이 용이하게 되어 산소가 내부 세포에 도달하여 호흡작용이 활발해지고, 그 결과로 생성된 이산화탄소를 외부에 쉽게 배출한다.

3) 수분을 흡수한 세포는 원형질의 농도가 낮아지고, 각종 효소들이 작용하여 저장물질의 이동 · 전류와 호흡작용 등이 활발해진다.

 

2. 산소

발아 중의 생리 활동에도 호흡작용이 필요한데, 많은 종자는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어 호기호흡(산소를 이용하는 세포의 호흡. 생물체 내에 흡입한 산소에 의하여 양분을 산화해서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다)이 잘 이루어져야 발아가 잘되지만, 벼 종자와 같이 산소가 없을 경우에도 무기호흡(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호흡. 알코올 발효나 근육 내의 당분 분해 등이 있는데, 산소 호흡에 비해서 에너지 획득 효율이 낮다)에 의하여 발아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것도 있다.

 

3. 온도

발아 중의 생리 활동은 온도에 크게 지배된다. 발아의 최저온도는 0~10℃, 최적온도는 20~30℃, 최고온도는 35~50℃인데, 저온 작물은 고온 작물에 비하여 발아온도가 낮다.

 

작물에 따라서는 변온이 종자의 발아를 촉진하는 경우가 있다. 셀러리 · 오처드그래스 · 켄터키블루그래스 · 버뮤다그래스 · 존슨그래스 · 레드톱 · 피튜니아 · 담배 · 아주까리 · 박하 · 가짓과 채소 등은 주 · 야간 항온보다는 변온에서 발아가 촉진된다. 보통 변온은 15~30℃, 20~30℃, 15~25℃이며, 저온에 16시간, 고온에 8시간 정도로 둔다. 변온을 주면 종피가 고온에서 팽창하고, 저온에서 수축하여 흡수와 가스교환이 용이하게 되고, 또 효소의 작용이 활발해져서 물질대사의 기능이 좋아지기 때문에 발아가 촉진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4. 광선

많은 종류의 작물 종자는 광선이 발아에 무관하지만, 종류에 따라서는 광선에 의하여 발아가 조장되거나 억제되는 것도 있다.

 

광과 종자발아와의 관계

1) 호광성 종자 : 담배, 상추, 우엉, 피튜니아, 차조기, 금어초, 디기탈리스, 베고니아, 뽕나무, 벤트그래스, 버뮤다그래스, 켄터키블루그래스, 캐나다블루그래스, 스탠더드휘트그래스, 셀러리 등

2) 혐광성 종자 : 토마토, 가지, 파, 양파, 수박, 수세미, 호박, 무, 오이 등

3) 광 무관계 종자 : 화곡류의 대부분, 콩과작물의 대부분 등

 

호광성 종자는 복토(씨를 뿌린 다음 흙을 덮음)를 얕게 해야 하고, 혐광성 종자는 복토를 깊게 해도 된다. 광 무관계 종자는 수습(물 수, 젖을 습 / 수분기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을 공급하기 알맞도록 복토하면 된다.

 

양상추를 재료로 한 연구에서, 광의 파장이 600~700nm의 범위에서는 발아가 촉진되는 경향이 있었고, 730nm 부근에서는 발아가 억제되는 경향이 있었다. 호광성 종자의 광발아에 있어서 적색광 · 근적외광전환계가 존재한다.

 

종자의 광발아성은 후숙(종자가 성숙하여 휴면을 거쳐 발아할 수 있게 되기까지의 일련의 생리적인 변화)에 의하여 바뀌는 일이 있으며, 종자의 광감수성도 화학물질에 의하여 바뀐다. 지베렐린은 어떤 호광성 종자의 암중 발아를 유도하고, 약산의 처리는 호광성 종자를 혐광성으로 바꾸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 발아 과정

종자의 발아 과정은 수분흡수 → 저장양분 분해효소 생성과 활성화 → 저장양분의 분해, 전류 및 재합성 → 배의 생장 개시 → 과피(종피)의 파열 → 유묘 출현의 순서로 진행된다. 유근과 유아의 출현순서는 수분의 다소에 따라 다르지만, 산소가 충분한 경우에는 유근이 먼저 나온다.

 

1. 수분흡수

종자에 흡수된 물은 세포를 팽창시키고 더 많은 효소와 탄산가스가 유통할 수 있도록 한다. 종자가 발아할 때의 수분흡수는 다음과 같이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1) 제1단계 : 종자의 매트릭퍼텐셜(불포화토양에서 수분은 토양입자에 흡착되어 있거나 토양공극의 모세 현상에 의하여 존재하게 되는데, 이에 관계되는 수분포텐셜은 매트릭포텐셜이라고 한다)로 인해 수분흡수가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기

2) 제2단계 : 수분흡수는 정체되고 효소들이 활성화되어 발아에 필요한 물질대사가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기

3) 제3단계 : 유근 · 유아가 종피를 뚫고 출현하여 흡수가 다시 왕성해지는 시기

 

2. 저장양분의 분해효소 생성과 활성화

수분흡수의 제2단계에서 효소가 활성화되어 저장양분을 분해하고, 떡잎이나 배유의 저장조직에서 영양분을 생장점으로 전류시켜 새로운 성분을 합성하는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3. 저장양분의 분해 · 전류 및 재합성

배유와 떡잎에 저장된 전분은 가수분해되어 배와 생장점으로 이동하여 호흡기질로 쓰이는 한편, 셀룰로오스 · 비환원당 · 전분 등으로 합성된다. 가수분해된 단백질과 지방은 유식물로 이동하여 구성 물질로 재합성되고, 일부는 호흡기질로 이용된다.

 

4. 배의 생장 개시

효소가 활성화되면 새로운 물질이 합성되고, 세포분열이 일어나 상배축과 하배축, 그리고 유근과 같은 기관이 커진다.

 

5. 종피의 파열과 유묘의 출현

종자가 물을 흡수하면 부풀게 되고, 여러 조직이 커짐에 따라 생기는 내부압력에 의하여 종피가 파열되고 유근이나 유아가 출현하게 된다. 발아 당시의 유식물은 초기에는 배유 · 떡잎의 저장양분에 의하여 생육하지만, 어느 시기에 이르러서는 이것이 소진되고, 광합성이나 그 밖의 동화작용에 의하여 양분을 합성하여 생육하는 독립영양의 시기로 옮겨가게 되는데, 이 전화기를 ‘이유기’라고 한다. 맥류에서는 본엽 2매, 벼에서는 본엽 3~4매의 시기가 이유기이다. 이유기는 불량한 환경에 취약한 시기이므로 생육환경을 특히 좋게 할 필요가 있다.